"토메사부로."

밖에는 비가 쏟아진다. 언제나처럼 불운의 효과겠지. 이사쿠는 가만히 밖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토메사부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지나 손바닥을 스치며 간지러운 느낌을 준다. 이사쿠는 그 느낌에 작게 웃는다. 작게 소리내서 웃는다. 하지만 빗소리에 묻혀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어쩐지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린다.

"토메사부로."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빗물이 튀나? 토메사부로의 뺨에 물이 맺힌다. 이사쿠는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그 물을 닦아내고서 토메사부로를 바라본다. 빗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번쩍이는 번개와 시끄러운 천둥까지 불러왔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토메사부로의 얼굴에 뚜렷한 명암이 표시되었다가 사라진다.

"토메사부로."

세 번째 부름. 이사쿠는 토메사부로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췄다. 뺨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아주는 것도 멈췄다. 그저 천둥소리와 빗소리에 묻어 흐느낀다. 어쩌면 이것은 행운. 다른 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들리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행운. 하지만 이사쿠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토메사부로!"

엄청난 소리와 함께 동굴 바로 앞 나무에 번개가 내리꽂혔다. 이사쿠는 고개를 들어 동굴 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토메사부로를 바라보았다. 토메사부로는 여전히 눈을 감고있었다. 이사쿠는 토메사부로의 뺨에 맺힌 물방울들을 닦아주고 그를 두 팔로 단단히 끌어안았다. 이것은 분명 불행. 자신이 불러온 불행. 그리고 자신이 옮긴 불행.

"토메사부로."

대답해줘, 토메사부로. 이사쿠는 그의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어 누르며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희미하게 띄고있는 심장소리가, 희미하게 쉬고있는 숨소리가 들리지만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대답을 듣지 않는다면 곧 끊어질 것 같았다. 이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사쿠는 대답이 듣고싶었다. 그래서 대답이 듣고싶었다.

"토메사부로."

몇 번이고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그가 대답하길 기다리며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비가 내린다. 빗줄기는 굵고 굵어서 맞으면 아플 것만 같았다. 그 사이에 번개가 내리치고, 천둥이 소리친다. 땅은 축축해졌고, 절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다. 아니, 이미 무너져내렸다. 동굴 앞 나무는 번개로 인해 새까맣게 타버렸고, 동굴 안은 차가운 공기만 맴돌았다.

그 사이에서 이사쿠는 토메사부로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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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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