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꽃집

2015. 7. 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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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화/정적] 동행

2015. 7. 29. 13:12

변화를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는 건 개소리다.

 

[여기서 자는 건가?]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근화는 일단 잠을 잘 곳을 찾기 위해 마을 근처 폐가로 자리를 옮겼다. 잘 열리지 않는 문을 겨우겨우 열고서 안으로 들어가니 정적이 묻는다. 근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뭐 남아있는 것 없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적은 문 근처에 자리 잡고 앉아서 가만히 근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낡은 집 치고는 기둥이 튼튼해서 무너질 걱정은 없어보였다. 천장도 구멍 없이 잘 막혀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집이었던 모양이다. 아쉽게도 이불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도 안했지만. 근화는 적당히 자리 잡고 앉아서 정적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같이 다니실 겁니까?”

[거절을 안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즉답이었다. 근화는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귀신 한 명 데리고 다닌다고 해서 자신에게 손해가 올 건 없었다. 단지 가끔 한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뿐. 어차피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을 태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무속인이나 불교인들은 좀 피해서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딱히 불편할 것은 없었다.

“좋습니다. 같이 다녀도 괜찮겠지요.”

[가끔 낚시터에 데려가줬으면 좋겠군.]

받아들임과 동시에 요구가 나왔다. 근화는 고개를 갸웃하며 정적을 바라보았다. 정적은 예의 그 표정으로 가만 근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근화는 저 표정을 보면 평온해졌다. 아무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무심한 듯하지만 상대를 바로 보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표정이었다. 그래, 하루 정도 낚시터를 가면 어떤가? 자신도 휴식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그만 자도록 하겠습니다.”

해는 이미 저문 지 오래였다. 하늘은 흐렸고, 바람은 서서히 힘을 실어가며 불고 있었다. 아마 오늘 밤은 비가 올 것이다. 근화는 바닥을 가볍게 쓸어내고 몸을 눕혔다. 말똥말똥 뜬 눈으로 정적을 가만 바라보았다. 정적은 문 쪽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았다. 사실, 읽을 수 없는 얼굴이라서 근화는 그가 생각에 잠긴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러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 눈이 반쯤 감겼을 때 아주 잠깐 정적의 모습이 달라졌다. 선분홍빛 피가 흐르는 모습. 심장은 심장이 있을 자리는 구멍이 나 있고, 온 몸에는 작은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가 죽은 모습을 발견했던 그때의 모습. 근화는 다시 눈을 떴다.

[안 자는 건가?]

정적이 물었다. 근화는 고개를 젓고는 눈을 감았다. 졸려서 헛것을 본 모양이었다. 금방 몸에서 힘이 빠졌다.

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톡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듯싶더니 곧 큰 소리를 내면서 몰아닥쳤다. 밖에서 잤으면 그대로 잠에서 깨어버렸으리라. 폐가 치고는 상태가 좋아서 비도 새지 않는다. 근화는 몸이 무거워졌음을 느꼈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사람이 들지 않는 폐가는 그들의 놀이터가 되기에 딱 좋은 곳이었으니까. 근화는 계속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귀신은 잠을 자지 않는다. 정적은 가만 밖을 내다보다가 근화를 바라보았다. 희끗한 무언가가 근화 위에서 근화를 내려다보는 듯싶더니 곧 근화를 누르고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 정적은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근화는 별 변화 없이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건가?]

말을 걸었다. 희끗한 무언가는 곧 사람의 형체로 바뀌어 정적을 바라보다가 사라졌다. 그저 말을 건 것 뿐 이었는데. 그게 잘못이었나, 정적은 그냥 생각하기를 관뒀다.

근화는 간만에 편안한 잠을 자고서 일어났다. 간밤에 몸이 무거워졌던 적도 있는 거 같지만 금방 가벼워졌으니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정적은 근화가 옷을 터는 것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밤에 있었던 일은 말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로든지요.”

발이 닿는 곳이라면. 근화는 정적의 질문에 가볍게 대답하고서 폐가 밖으로 나왔다. 바닥엔 물이 고여 있었고,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하지만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있어 비가 더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딘가로 걸어가기엔 딱 좋은 날씨였다. 근화는 쭈욱 기지개를 펴고서 정적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잘 부탁한다.]

독특한 동행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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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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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화] 한순간

2015. 7. 28. 23:21
모든 것은 한순간에 찾아오고, 죽음은 더더욱 그렇다.


강물은 그 날도 고요한듯 보였다. 그래서 강가에 자리잡고 앉아서 그날 밤은 그곳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늘에 구름이 좀 끼어있긴 했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던 것도 한몫 했다. 배에서 소리가 난다. 며칠을 굶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먹을만한 것은 보이지 않아서 그냥 강가에 몸을 뉘였다. 그리 작은 강은 아니지만 물흐르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근처에서 벌레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가 날개치는 소리도 들려온다. 꽤 큰 새였던듯 하다. 물에서 무언가가 튀어올랐다가 다시 들어가는 소리도 들렸다. 그 소리들이 멀어진다. 서서히 저 멀리로 사라진다.

차갑다. 차갑다. 몸이 차가워졌다. 이상하다. 이렇게 차가울리가 없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천둥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리고 서서히 숨이 막혀온다. 눈을 떴다. 그리고 곧장 감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휩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자고있는 사이에 큰비가 내렸나보다. 간만에 깊은 잠에빠져서 비가 내리는 것도 모르고 계속 자버렸다. 덕분에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에 그대로 휩쓸린 듯했다.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여태 살아있는 것이 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황이었다.

아, 이대로 죽는 건가.

몸에서 힘을뺐다. 물을 따라 몸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물위로 몸이 떠오르진 않는다. 이대로 죽는 걸까? 오히려 평온하다.

죽어도 괜찮은 건가?
아니, 살고싶어.
살고싶은데 이러고 있어도 돼?
아니, 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렇담 죽고싶다는 거 아냐?
글쎄. 모르겠어.

아아, 모든 것은 한순간에. 모든 것은 순식간에. 죽음은 어느새 내 앞에.

아아, 이대로,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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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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