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니톤-비

2015. 7. 16. 20:16


투둑, 툭.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만 하늘을 바라보던 니톤은 자신의 옷이 젖는 것을 뒤늦게 눈치채고서 급히 자리를 옮겼다. 한두방울 내리는 것 같았던 비는 곧바로 거세게 쏟아졌다. 아무래도 가볍게 지나갈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근처 카페로 몸을 숨긴 니톤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지갑을 열었다. 10달러 지폐 한 장.
니톤은 흘끔 카운터를 보다가 일단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는 분명 오래 내릴 것이리라. 물방울이 묻은 머리카락을 꼬며 니톤은 고민에 빠졌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은 고작 10달러 지폐 한 장. 그리고 자신은 얼마전 도박판에서 번 돈을 모두 꺼내 써 버렸다. 눈에 띄는 행동은 하고싶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나가자니 인간들에게 뒷담을 듣고싶지 않다.

"어쩔까."

작게 중얼거리며 니톤은 머리카락을 꼬던 손을 아래로 내리고 다시 카운터를 바라봤다.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니톤은 가볍게 웃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밝았던 밖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길바닥엔 물웅덩이가 고였고,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중에는 카페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후우."

니톤은 한숨을 내쉬곤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비는 앞으로 몇시간은 더 내릴 것이다. 자신은 우산이 없고, 이 근처엔 우산을 살 만한 곳도 없다. 비를 맞기는 싫고, 인간들처럼 꼴사납게 뛰어다니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장신구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돈이야 벌면 된다. 자신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니톤은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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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1차-조니뎁/일상

2015. 7. 15. 20:43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라면 일상이었다. 콜린과 존은 같이 뒹굴며 놀고 있었고, 덴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있었다. 한참 콜린과 놀던 존은 고개를 들어 덴을 바라보았다. 소파 밑에서 올려다본 책을 읽는 덴은 존에게 있어서 그 어느것보다 멋지다고 느껴졌다.

"허니-."

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위로 올라가 덴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덴은 그런 존에 익숙한듯 책만 읽고있었다. 존은 그런 덴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불렀다. 그제서야 그는 책을 덮어 내려놓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허니, 정말 멋진 거 알아?"

존이 물었다. 덴은 잔을 내려놓고서 다시 책을 들어올렸다. 아까 전에 읽던 페이지를 다시 펼치고 글을 읽어내려갔다. 존은 그런 덴의 반응에 익숙한듯 했지만 그 반응에 심통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존은 몸을 일으켜 앉아 이번엔 덴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정말 멋진 거 알아? 허니-."

"대낮부터 무슨 헛소리야?"

반응했다. 존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헛소리 아닌데."

"방금 했잖아."

아닌데. 어느새 다가온 콜린이 존의 다리 위에 얼굴을 올려놓고 존을 올려다본다. 골든 리트리버 특유의 표정에 존은 손을 뻗어 콜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 침묵. 덴은 책을 읽고있고, 존은 그런 덴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있으며 콜린은 덴의 다리 위에 얼굴을 올린채 쓰다듬받고 있었다.

"허니, 데이트하자."

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반응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덴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존과 콜린이 같은 시선으로 덴을 바라본다. 덴은 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잔이 빈 것을 확인 한 뒤에 존을 바라보았다.

"데이트하자."

정말?

"난 나랑, 넌 너랑."

그럼 그렇지. 그 말을 끝으로 덴은 다른 책을 꺼내들고서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가 일어난 것은 그저 책을 다 읽었기 때문이었음을 알아챈 존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처럼의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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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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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메사부로."

밖에는 비가 쏟아진다. 언제나처럼 불운의 효과겠지. 이사쿠는 가만히 밖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토메사부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지나 손바닥을 스치며 간지러운 느낌을 준다. 이사쿠는 그 느낌에 작게 웃는다. 작게 소리내서 웃는다. 하지만 빗소리에 묻혀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어쩐지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린다.

"토메사부로."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빗물이 튀나? 토메사부로의 뺨에 물이 맺힌다. 이사쿠는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그 물을 닦아내고서 토메사부로를 바라본다. 빗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번쩍이는 번개와 시끄러운 천둥까지 불러왔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토메사부로의 얼굴에 뚜렷한 명암이 표시되었다가 사라진다.

"토메사부로."

세 번째 부름. 이사쿠는 토메사부로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췄다. 뺨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아주는 것도 멈췄다. 그저 천둥소리와 빗소리에 묻어 흐느낀다. 어쩌면 이것은 행운. 다른 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들리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행운. 하지만 이사쿠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토메사부로!"

엄청난 소리와 함께 동굴 바로 앞 나무에 번개가 내리꽂혔다. 이사쿠는 고개를 들어 동굴 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토메사부로를 바라보았다. 토메사부로는 여전히 눈을 감고있었다. 이사쿠는 토메사부로의 뺨에 맺힌 물방울들을 닦아주고 그를 두 팔로 단단히 끌어안았다. 이것은 분명 불행. 자신이 불러온 불행. 그리고 자신이 옮긴 불행.

"토메사부로."

대답해줘, 토메사부로. 이사쿠는 그의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어 누르며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희미하게 띄고있는 심장소리가, 희미하게 쉬고있는 숨소리가 들리지만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대답을 듣지 않는다면 곧 끊어질 것 같았다. 이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사쿠는 대답이 듣고싶었다. 그래서 대답이 듣고싶었다.

"토메사부로."

몇 번이고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그가 대답하길 기다리며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비가 내린다. 빗줄기는 굵고 굵어서 맞으면 아플 것만 같았다. 그 사이에 번개가 내리치고, 천둥이 소리친다. 땅은 축축해졌고, 절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다. 아니, 이미 무너져내렸다. 동굴 앞 나무는 번개로 인해 새까맣게 타버렸고, 동굴 안은 차가운 공기만 맴돌았다.

그 사이에서 이사쿠는 토메사부로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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